비 내리는 새벽, 정류장에서 멍하니 서 있었던 날
다들 오늘 비 많이 맞았지? 나도 일 끝나고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데, 갑자기 소나기가 툭 하니 쏟아져서 상황 자체가 좀 멍해지더라구. 이 시간대엔 버스도 간격이 길고, 우산은 가져왔는데도 비가 바람 타고 옆으로 날아들어서 몸 끝까지 다 젖어버렸어. 새벽 감정이라는 게 참 웃긴 게, 피곤함이 극에 달하면 원래 좀 무뎌지잖아. 근데 오늘은 이상하게 더 선명하게 느껴졌어. 주변엔 아무도 없고, 가끔 지나가는 차 불빛만 어둠 속에서 살짝 번쩍이는 거. 어떤 때는 그 공허함이 좀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, 오늘은 오히려 그 적막이 나한테 말을 거는 느낌이었달까.
밤에 일을 하는 사람들만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해. 퇴근할 땐 이미 도시가 조용해져 있고, 내내 사람 바글거린 곳에서 있다가 갑자기 혼자가 되는 그 공기의 변화가 너무 크게 다가오는 거지. 집에선 편하게 씻고 쉬고 싶단 생각만 하다가도 새벽 공기에 스치는 습기, 쌀쌀하고도 눅눅한 냄새, 젖은 바닥 소리 이런 게 머리를 리셋시키는 느낌이 들어. 솔직히 쓸쓸하다고 하면 맞기도 하고, 반대로 내 시간 갖는다는 생각에 차분해지기도 하고. 오늘은 그 두 감정 사이 왔다갔다 한 것 같아.
여름 끝자락 비가 참 이상하게 사람을 들썩이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. 이런 날은 괜히 생각 많아지고, 내일 쉬는 사람이면 다행인데 계속 일 나가야 하면 몸도 불편해지잖아. 근데 또 이런 순간도 스쳐가고 나면 좀 남는 게 있어. 같은 시간대 퇴근하는 사람들 눈 마주치면, 서로 우리가 이 시간 이 공간을 견디고 있다고 뭔가 통하는 느낌. 어쨌든 다들 오늘 고생했지. 특히 이런 밤, 비 맞으면서 집 가는 길에 느끼는 마음은 우리만 겪는 거라 생각해서 그냥 적어봤어.